"어두우면서 밝게 해주세요." 황당하지만 실무를 하다 보면 한 번쯤 겪어보는 난감한 피드백이죠. 끊임없이 쏟아지는 막막한 피드백과 레퍼런스 속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논리를 세워야 할까요?
듀오톤(Duotone)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을 읽고 경험을 나눈, 그 생생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출판사 : 터틀넥프레스 | 작가 : 최혜진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제작 되었습니다.
01. "내 이름이 걸린 작업"이라는 경험
책에서는 제작자 모두의 이름이 공평하게 올라가는 문화를 언급하며, 내 이름이 걸린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합니다. 듀오톤 디자이너들 역시 이 대목에서 공감 가는 경험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디자이너 A
"메인 사이트에 저희 이름이 직접 올라가는 일은 없잖아요. 그런데 비핸스나 회사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프로젝트가 공개될 때, 크레딧에 저희 이름이 적히잖아요. '아, 내 이름이 여기 있구나' 생각하면, 단순히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내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는 자부심이 들어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고작 세 글자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이름이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무게가 달라지고 더 열심히 작업을 진행하게 되죠.
저자는 바이라인을 독자들에게 '제 이름을 걸고 당신 생각을 참 많이 했답니다'라고 고백하는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과연 나는 내 이름을 걸고 누구를 생각하며 작업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02. "어두우면서 밝게 해주세요" -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해석하는 법
책은 정보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말합니다. 같은 사실도 어떻게 프레이밍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고요. 스터디에서 공유된 실무 사례가 이 원리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디자이너 B "예전 프로젝트에서 배경 일러스트를 여러 개 그렸는데, 고객사에서 '어두운데 밝은 느낌을 내주세요'라고 하셨어요. 속으로 '이게 무슨 소리지?' 했는데, 레퍼런스를 찾다 보니까 진한 색으로 가독성을 높이되 밝은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면 그 밸런스가 맞춰지더라고요.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어쨌거나 풀어낸 거죠."
'어두운데 밝게'라는 요구가 모순처럼 들리는 건 당연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분위기를 말로 표현하려다 보니 그렇게 나온 거니까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막히지만, '이 사람이 진짜 원하는 감정이 뭔가'로 한 번 더 해석하면 길이 보입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실무에 적용된 에디토리얼 씽킹의 사례였습니다. :)
03. "왜 우측 하단인가요?" - 내 입장에 근거 더하기
프레임을 갖는다는 것은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선택을 설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관성의 힘은 그것을 논리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작동하거든요.
디자이너 C가 공유한 주니어 시절 에피소드는 '나만의 근거'가 왜 필수적인지 보여줍니다.
디자이너 C
"TV 와이어프레임을 그릴 때, 타사 레퍼런스들이 모두 AI 에이전트를 우측 하단에 배치했길래 저도 그렇게 배치했어요. 그런데 미팅에서 '왜 우측에 배치하셨나요? 타사 레퍼런스 말고 다른 이유는 없나요?'라고 물으시는데 순간 말문이 턱 막히더라고요."
해당 이미지는 Gemini의 나노 바나나 2로 제작되었습니다.
관성이 이유가 될 수는 없기에, 다음 미팅을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았고 마침내 '구텐베르크 법칙'이라는 근거를 찾았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Gemini의 나노 바나나 2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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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 법칙 (Gutenberg's Law) 사람의 시선은 화면을 Z자 형태로 흐릅니다. 좌상단에서 시작해 우하단에서 멈추는데, 이 마지막 지점인 우측 하단이 사용자의 행동을 가장 강하게 유도하는 영역입니다.
이 근거를 바탕으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고객사 TV의 기존 UI 관성 때문에 최종 위치는 왼쪽으로 결정되었지만 ,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에 '왜 오른쪽에 있어야 할까?'라는 당연한 의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는 점 , 그리고 주관의 영역을 논리로 방어해 낸 '정신 승리'의 경험은 디자이너에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04. 입장을 갖는다는 것의 어려움과 필요성
스터디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주제는 다름 아닌 '입장을 갖는 것의 두려움'이었습니다.
디자이너 D
"입장을 가진다는 게 사실 되게 큰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잖아요. 틀린 말을 하면 어쩌지,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어떡하지.. 이런 부담 때문에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라고 말을 못 할 때가 많아요. 근데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책에서 저자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니 나는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을래’라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창작할 수 없다고요. 포용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지'로 일관하다 보면, 결국 내 작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게 됩니다.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설령 틀리더라도, 내가 먼저 납득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스터디 참가자들이 입을 모은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포용만 하는 디자이너도, 자기주장만 하는 디자이너도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수용해야 할 때와 내 입장을 지켜야 할 때를 구분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05. 편집자의 눈으로 UX를 본다는 것
책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문장 중 하나입니다.
"이 콘텐츠를 본 사람이 마지막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품기를 바라는가?"
당장 눈앞의 작업을 쳐내다 보면 잊게 되는 질문입니다. 스터디에서도 "바쁘다 보면 이런 생각까지는 잘 못 하게 된다"는 말이 나왔지만, 디자이너 A는 실제로 브랜딩 프로젝트를 할 때 "결국 유저에게 어떤 감정을 남길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했어요.
편집자가 독자의 시선 흐름을 설계하듯,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인지 경로를 설계합니다. 책은 그 출발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핵심을 알아보고 구조를 조직하는 능력은 결국 타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
화면을 만들기 전에 화면 너머의 사람을 먼저 상상하는 것 — 그게 에디토리얼 씽킹이 디자이너에게 건네는 메시지였습니다.
06. AI 시대에 '판단'이 남는 이유
'AI에 "디자인해 줘" 치면 순식간에 시안이 쏟아지는 시대.' 스터디에서 나온 이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그에 대한 생각은 다들 똑같았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막막함은 줄었지만, 그게 디자이너의 역할이 줄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려면 힘든데, 그걸 AI가 지금 해주잖아요. 일단 던져보고, 내 입장이 뭔지 분명히 한 다음, 점점 질문을 좁혀나가면서 고도화하는 것 — 그게 지금 작업 방식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 B가 던진 비유가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바로 사진기의 발명이 화가들을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였죠. 대상을 정확히 모사하는 수고가 기계로 넘어가자, 화가들은 대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감각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AI가 시안을 쏟아내는 지금, 수십 개 중 '이게 맞다'고 판단하고 뾰족하게 다듬는 편집자의 역할이 디자이너에게 남은 이유입니다.
마무리하며
단순히 책 한 권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서 마주한 숱한 시행착오를 어떻게 나만의 무기로 바꿀 수 있는지 짚어본 깊이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호한 피드백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면, 오늘 하루쯤은 타인의 레퍼런스가 아닌 나의 단단한 입장에서 출발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오픈패스(OPENPATH)에서 제공하는 교육 과정을 통해 나만의 뾰족한 관점을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