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픈패스(OPENPATH)입니다. 리스트 페이지 하나쯤은 프롬프트 한 줄로 나온다고들 하죠. 그런데 그렇게 나온 화면이 '우리 서비스다운' 화면이냐는 건 다른 질문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 질문을 매일 실무에서 붙들고 있는 두 분을 만났습니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만드는 힐링페이퍼의 플랫폼 디자이너 이수빈 님과 프로덕트 디자이너 신승훈 님입니다.
이수빈 님이 컴포넌트를 만들면, 신승훈 님이 그걸 가져다 화면을 그립니다. 쓰다 보면 부족한 게 보이고, 그러면 다시 이수빈 님에게 요청을 남깁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주고받는 사이에 AI에게 넘긴 일은 무엇이고, 끝까지 직접 쥔 일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신승훈: 안녕하세요, 강남언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 파트 리드를 맡고 있는 신승훈입니다. 화면과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게 본업이고, 팀원들에게 AI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알려주고 전파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이수빈: 안녕하세요, 플랫폼 디자인 직무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는 이수빈입니다. 이전에는 이커머스 기업에서 플랫폼 디자이너로 5년간 일했고, 힐링페이퍼(강남언니 팀)에 합류한 지는 1년이 조금 안 됐어요.
강남언니라는 제품은 이미 있었고, 비즈니스가 빠르게 커지던 시점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시작한 해외 사업이 태국, 중화권까지 넓어지면서 지원해야 하는 언어가 늘었고, 만들어야 할 화면도 그만큼 많아졌어요. 매번 처음부터 그리는 방식으로는 속도가 안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효율적으로, 더 생산적으로 일하려면 디자인 시스템이 필요해진 때에 합류하게 된 거죠.
라이브러리와 자산은 이미 있었습니다. 다만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부를 만한 단계는 아니었고, 라이브러리 정도의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0에서 1을 만들어 가는 단계입니다.
Q. 0에서 1을 만든다는 게 실제로 어떤 작업인가요?
이수빈: 지금은 컴포넌트를 많이 만들어내면서, 강남언니다운 경험이 무엇인가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컴포넌트를 쌓는 일 자체보다 그 판단이 어렵습니다.
신승훈: 그래서 그 판단을 뒷받침할 재료를 모으는 방법이 따로 있어요. 디자이너들이 요청과 질문을 남기는 슬랙(Slack) 채널이 있거든요.
이수빈: 맞아요. 그걸 AI가 수집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쌓아 둔 이야기에서 공통 패턴을 찾아내는 거죠. 어떤 컴포넌트를 만들지, 그리고 가장 강남언니다운 게 무엇인지를 거기서 찾습니다.
쌓인 게 있어야 그중에서 무엇을 끄집어낼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식이 쌓이는 게 먼저고, 컴포넌트는 거기서 나오거든요.
Q. 그 요청을 남기는 쪽에서는 어떤가요?
신승훈: 저는 만들어진 컴포넌트를 가져다 화면을 만드는 쪽입니다. 쓰다 보면 부족한 게 보여요. 그러면 다시 그 채널에 요청을 남깁니다. 제가 남긴 요청이 컴포넌트로 만들어지고, 그걸 쓰다가 또 요청을 남깁니다. 이 과정을 무대에서 사례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수빈: 저는 요청을 받는 쪽인데, 지금은 그다음 단계를 보고 있어요. 컴포넌트를 '적용했다'에서 그치지 않고, '정확하게 사용했는가'까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Q. 그렇게 만든 컴포넌트를 개발에는 어떻게 전달하시나요?
이수빈: AI가 들어오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게 이 부분인데요. 예전에는 구두로 소통하거나 사람이 잘 읽을 수 있는 문서로 정리하는 게 많았는데, 지금은 AI가 잘 읽을 수 있는 형태인지까지 고려해서 넘겨요.
신승훈: 프로덕트 디자이너도 똑같아요. 레이어 이름을 정리해 주는 것, 그리고 피그마(Figma) 안에서 디자인 시스템 규칙에 맞게 정제해 주는 게 중요해졌죠. 디자인 시스템 스펙과 프로퍼티를 최대한 유지해서 그대로 개발로 넘어가게 하는 것. 저는 요즘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핵심 역할이 이거라고 생각해요.
이수빈: 넘기는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아예 넘기지 않는 쪽도 해보게 됐어요. 전 최근에 컴포넌트를 직접 개발해 보고 있습니다. 아직 아주 간단한 수준이지만,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느껴요. 핸드오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자체가 줄어드니까 속도가 붙더라고요.
Q. AI를 실무에 어떻게 쓰고 계세요? 어느 단계에서 쓰고 계신지 궁금해요.
신승훈: 맞아요, 그런 과정 덕분에 작업 속도가 확실히 붙었습니다. 체감으로 말씀드리면, 복잡하지 않은 작업은 예전에 4~5일 걸릴 것을 이틀 만에 만듭니다.
AI를 쓰는 단계는 핸드오프만이 아니에요. 리서치 결과를 리포트로 정리하는 데 쓰고, 그걸 기획 문서(PRD)로 이어갑니다. 재밌는 건 역방향인데요, 코드를 AI로 읽혀서 스펙 문서를 거꾸로 만들기도 합니다. 히스토리를 파악하려고요. QA 단계에서는 기획 문서와 디자인을 엮어서 QA 리스트를 만듭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아홉 명이 쓰는 걸 보면 제각기 다 다른데, 대부분 기획 단계부터 QA까지 씁니다.
이수빈: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슬랙에 쌓인 요청을 모으고 공통 패턴을 뽑아내는 데 쓰고 있어요. 혼자 다 읽어서는 안 보였을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Q. 그렇다면 AI에게 넘기지 않는 영역도 있을까요?
신승훈: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최종 결과물은 AI가 만든 게 아닙니다. 제작 과정에는 AI를 쓰지만, 최종 UI는 저희 손에서 다 다듬어서 나갑니다.
이수빈: 시도는 많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강남언니다움'은 계속 말로 이야기하고 합의해 가야 하는 것이라서, AI가 해내기는 어렵다고 느꼈어요. 안 쓰기로 정해 둔 게 아니라, 못 하는 영역에 가깝습니다.
Q. AI 시대에 디자이너가 길러야 할 역량, 딱 하나만 꼽는다면요?
신승훈: 판단력입니다. AI로 시간을 아끼고, 그렇게 아낀 시간을 판단하는 데 쓰는 것. 저는 이 순서를 지키려고 해요.
툴을 뭐 쓰냐는 질문도 자주 나오는데, 제 작업에서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가장 많이 씁니다. 그때그때 더 좋은 게 있으면 그걸 쓰면 되고요. 마땅한 게 없으면 피그마 플러그인처럼 직접 내부 툴로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국 비슷비슷해서, 얼마나 잘 쓰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이수빈: 저는 판을 만드는 힘이요. AI가 디자인 영역까지 많이 넘어왔습니다. 다양한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그게 강남언니다운 경험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AI가 그걸 잘 이끌어낼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게 디자인 시스템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OPEN SQUARE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주실 예정인가요?
신승훈: 디자인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서 시작해서,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그것을 실무에서 어떻게 쓰는지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플랫폼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같이 있는 팀이 많지 않아서, 서로 주고받는 게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세션에서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강남언니다운 경험이 어디서 나오냐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사용자는 하나의 앱을 씁니다. 그 앱에서 겪는 경험 전체가 강남언니 경험이에요. 그런데 그게 화면마다 따로 놀기 쉽습니다. 그리고 강남언니다운 경험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아홉 명의 손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홉 명이 각자 강남언니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걸 이야기하고, 그 합의점을 수빈 님이 모아서 하나의 컴포넌트에 담고, 그것들이 조립돼서 앱이 됩니다.
이수빈: 변하지 않는 본질은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AI는 강남언니다움을 모릅니다. 그러니 그 자리는 우리가 채우는 거고, 어떻게 채우는지를 프로세스로 보여드리려고 해요.
같은 질문에 두 분의 답이 조금 달랐습니다. 신승훈 디자이너는 최종 UI는 사람이 다듬어 내보낸다고 했고, 이수빈 디자이너는 강남언니다움이 말로 합의되는 것이라서 AI가 해내기 어렵다고 했어요. 어느 쪽이든 마지막은 사람의 몫입니다.